므배정늡 의 공유 나라

July 17, 2021 | 16 Minute Read

목차

부다페스트로 떠나야겠어. 좋은 집을 구했거든. 마이애미의 일요일, 버논은 성곡 밖으로 보이는 붉은 바다를 바라보며 선언했다. 동거 반려인인 나의 소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나도 버논의 지의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정코 잘라 거절했다. 아니, 죽일내기 부다페스트가 싫어. 그러자 버논은 도저히 이해할 핵 없다는 듯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도무지 왜? 부다페스트랑 너는 퍼스트 네임도 같잖아. 내실 그래, 부? 네가 부다페스트에 살면 집사람 인간 부다페스트가 되는 건데. 나도 이름이 부논이었으면 좋겠다. 쟁란 네 이름이 참말 좋아. 섹스할래? 그리고 제대로 서른여섯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밀라노와 취리히를 경유하여 부다페스트를 향해 날아가는 급속 항공기 위에 올라 있었다. 17년 간의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떠나는 노부부치고는 이삿짐이 무지무지 간소했다. 우리는 늙고 가난하며 세력 없는 노약자 뱀파이어 부부였기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수하물을 감당할 운 없었고, 수하물로 인한 천고마비 비용도 만만 비쌌다. 웬만한 살림살이는 부다페스트에서 재차 마련하는 게 좋겠어. 어차피 새 일평생 어육 거니까. 버논은 애써 침착한 척 눈섭을 씰룩이면서 속삭였다. 버논이 최소한으로 챙긴 살림살이는 낡은 닌텐도 DS 하나가 전부였다.

항공기는 한시바삐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달려 상공으로 떠올랐고, 나의 불친절하고 철없는 연인은 초조하게 엉덩이를 들썩이며 불안 증세를 보였다. 마이애미를 떠나는 데에 대한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이애미에 대한 미련은 물론이거니와 나에게 동유럽은 근 삼백 년간 마감 본 꽤 없는 미지의 대륙이었고, 또한 헝가리에 대해서는 더더욱 더욱더욱 무지했다. 버논은 나의 이러한 <미처 최종점="" 통신="" 못한="" 새로운="" 나라와="" 지역에="" 관한="" 공포와="" 거부감="" 증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분위기 이름과 부다페스트의 첫 글자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부다페스트와 나의 궁합이 최고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진짜로 또라이 자식. 버논은 언제나처럼 복도 존안 좌석을 고집했다.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얼마나 복도 자리가 좋은 거야? 보편 아리아 자리가 가일층 작인 있잖아. 언제 물어본 꽤 있었는데, 버논은 간단명료하고 기상천외하게 대답했다. 이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현시대 따위보다야 복도를 돌아다니는 몇 집사람 되는 세상 구경이 더 재미있으니까!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가 탄 비행기 비즈니스석에는 승객이 서기 없었다. 야간 비행인 탓이 큰 것 같았다. 하긴 아무런 미친 사람들이 실리 새벽녘부터 부다페스트로 떠나겠는가. 그것도 23시간이나 날아서. 무튼 승객은 우리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 여태 아내 되었고, 기위 잠들었는지 쥐 죽은듯이 조용했다. (앞 좌석에 앉은 우아한 귀부인 할머니의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적막을 깨트릴 정도로 큰 소음은 아니었다.) 승객이 적어서인지 승무원들도 짐칸에 실려 있는 가방들의 규격을 체크한 뒤로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승객들의 선호도에 맞게 음료수를 나눠 주거나 작은 소리로 그들이 대화하는 것을 훔쳐 듣는 것만이 버논의 악취미이자 유일한 재미거리였는데 조용한 기내는 일층 이상 그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끝으로 버논은 핏기 잃은 얼굴을 하고 주머니에서 녹색 실크 안대를 꺼내 썼다. 어차피 찬찬히 생각도 없으면서 저렇게 보여 주기식 수면 행위를 전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나는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도 금시 공유 쓰지 않으려 의식하며 앞좌석 시트 주머니에 배치되어 있던 면세점 카탈로그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버논은 안대를 벗지도 않고 냄새 쪽으로 고개를 처들더니 또박또박 속삭였다. (애초에 또박또박 속삭이는 게 가능한 줄은 모르겠으나 버논은 잦추 또박또박 속삭이고는 했다.) 마이 부, 일 소동 부다페스트에서 자살할 생각이야. 눈치 무덤을 헝가리에 짓고 싶어. 미국은 지긋지긋하니까. 그저 너는 내가 죽을 동시대 정녕 곁에 있어 줘야 해. 찰나의 순간에 유언을 남길 거야. 네가 녹음해 줘. 기왕이면 스마트폰 녹음 어플보다는 아날로그한 진성 녹음기였으면 좋겠어. 내가 죽고 나면 매일매일 유언 녹음을 들으면서 나를 그리워해 줘. 부, 연경 가없이 살고 싶어. 근데 금방 죽어 버리고 싶기도 해……. 반면에 내가 죽어서 네가 나를 잊어 버리는 건 사실 싫어. 상상만 해도 끔찍해. 이기적이지? 이기적이라고 울어도 좋아. 이질적이라고 비웃어도 이해해. 똑같이 살아남고 싶어. 그대로 죽었으면 좋겠어. 야단법석 죽으나 사나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근데 내가 죽었다고 네가 따라 죽으면 절대 딸 돼! 전투 너를 사랑해. 그것도 무지 많이. 나의 온 마음을 다해서 열렬하게 사랑해. 승관아, 연경 죽으면 온몸의 수분이 쏙 빠져서 말라 바스러질 정도로 펑펑 울어 줘야 해. 알았지? 약속해. “알았어. 곧바로 자, 리틀 번.” “사랑해, 마이 부.”

<1> 리틀 번과 마이 부의 진료 일상생활 Ⅰ 흡혈귀들 사이에서 사랑은 암묵적으로 충살 행위이다. 같은 맥락에서 화혼 더구나 장례식만큼이나 우울한 사건이 된다. 이는 흡혈귀와 인간의 사랑은 고사하고 흡혈귀와 흡혈귀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불멸의 존재란 타고난 결핍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결핍자들끼리 서로를 채워 줄 행운 있다는 것은 막연한 이상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에는 다들 외롭게 죽어가야 한다. 죽어가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죽을 길운 없다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나날들의 반복이라면 당신은 사랑하는 연인의 곁을 끝까지 지킬 핵심 있겠는가? 인간과 흡혈귀는 비누와 물처럼 섞이거나 녹아들 운명 없고, 흡혈귀와 흡혈귀는 절대 매일 요행 없는 평행선처럼 각기 직진할 뿐이다. 버논과 나의 새 보금자리는 부다페스트 11구역의 테두리 아파트였다. 적연 좋은 집을 구했다더니, 버논은 헝가리 사해만방 공항에 도착해서야 거짓말임을 실토했다. 한없이 부다페스트로 떠나고 싶어서 집을 구했다는 핑계로 나를 꼬드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극히 화가 나서 머리꼭지가 빙빙 도는 것 같았지만 막상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마이애미보다 5배는 공기가 청정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를 전세로 대여하면서 버논은 낌새 어깨를 끌어안고 웅얼거렸다. 문중 값 죽을 때까지 갚자. 과연 죽을 때까지. 죽지 않는 놈들이나 할 생명 있는 저질 유머다. “부다페스트의 여름은 따뜻하고, 겨울은 춥고 건조하다. 정상 년 사뭇 부분적으로 흐린 감이 있으며 온도는 섭씨 손실 삼 도에서 이십칠도 씨까지 오르내리며, 드물게는 마이너스 십일도 미스터 아래쪽 또는 삼십삼도 전겁 이상이다. 부다페스트는 구름이 예뻐요.” “인터넷에서 보고 고즈넉이 읽은 거지?” “‘구름이 예뻐요’는 순전히 낌새 의견이야.” “동의할게. 오늘은 구름이 예뻐.” 부다페스트로 이사 온 뒤, 우리는 연방연방 섹스했다. 일주일 가량은 행복하기만 했다. 헝가리 국가 방송을 틀어 놓고 커‘피’를 마시면서 입술 맞추고, 배 맞추고, 구성원 맞추고─섹스가 아니라 입을 모아 헛소리나 해댔다는 뜻이다─를 반복했다. 마침내 부다페스트에서의 여덟 번째 아침이 밝았고, 그제서야 우리는 현실을 직시했다.

영생을 사는 뱀파이어라고 해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임자 일이 아닐 때면 쉽게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조금만 더욱더욱 생각해 보면 뱀파이어의 일생이 왜 불우한 지를 짐작할 핵 있다. 앞서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니 공무원과 같이 연금과 미래가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생각은 진작 접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뱀파이어 경찰이나 검사, 변호사 등을 대거 출연시키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시궁창이다. 정확히 된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비합법 체류자나 다름없다고. 실지로 많은 뱀파이어들이 신원미상의 내교 체류자로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뱀파이어들은 긴 긴 삶을 영위할 만한 재산을 모을 방도가 그리 많지 않다. 버논과 나만 해도 엄청난 양의 빚을 지고 있다. (사실 오백 년 전에 죽었어야 오비스비누 할 우리가 썼던 돈의 채무관계는 어느 촌초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존버하다 보면 빚쟁이들이 벌써 하늘나라로 떠나고 빚을 갚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해.” 내가 결연하게 내뱉자 버논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하고 식탁머리에서 버릇없이 두 발을 합격하다 발바닥을 마주 부딪히며 박수를 짝짝 쳤다. “네 말이 옳아, 마이 부.” “알아먹었으면 실천해. 당지 내일부터 구직 활동이야.” “사실 병원을 차려 볼까 해.” 진짜로 병원을 차려 볼까 해. 버논의 입에서 나온 네년 되먹지 못한 문장을 듣고 나는 사레가 들려 마시던 커피를 뿜어냈다. 버논의 잘생긴 이마와 콧잔등 위로 내가 뱉어난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묻어났다. 버논은 씩 웃으며 소매로 핏방울을 문질러 닦았다. 빨래하기 힘들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무엇 병원? “왜? 연식 속뜻 면허 있잖아.” “110년 전에 딴 결심 면허가 아직도 유효해?” 약 백오십 년 전 즈음, 버논은 서울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대단하다고 과대평가하지 마시라! 그리하여 버논은 의대를 75번 수준기 낙방했고, 76수만에 성공해서 합격한 거니까. 버논의 얼굴이 스물둘처럼 보인다고 해서 정녕코 스물둘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내가 벌떡 일어나 식탁을 짚고 고함을 질렀는데도 버논은 태연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지갑을 꺼내 뒤져 낡은 의려 면허증을 끄집어냈다. 면허증과 나란히 수많은 설날 카드들이 후두둑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베르농 최, 버논 한솔 최, 최한솔……. “자칫하면 돌팔이행이야. 감옥 가는 거야 네 재량이지만 헝가리 대법원에서 네 신상이 정작 500년 전에 죽었어야 할 남자라는 걸 알게 되면 우린 빠짐없이 끝장이지. 의사는 여하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하긴 사람의 귀중한 생명이 달려 있으니까 케케묵은 지려 면허를 들이미는 건 작히 부도덕한 일이지. 무엇보다도 병혁 실전 수술 경험은 대개 없어.”

무엇보다 죽을 한복판 없는 버논이 사람들의 수많은 죽음을 견뎌낼 행복 있을까?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부, ……그럼 레스토랑은 어때?” “안 돼.” 나는 칼같이 대답했다. 버논의 입술이 부루퉁하게 비틀어졌다. 왜? “몰라서 물어? 네 요리로 솜씨나 수술 실력이나 비슷해.” “무슨 의미지?” “사람 죽을 가운데 있다고.” “내 요리가 그만치 끔찍해?” “어. 먹어 본 것들 중에 최고야.” “최고?” “최고로 맛없어. 맛없다는 말도 처실 어울려. 네 요리에서 기괴한 맛과 향이 나. 중세시대 때부터 하수구 위에 걸쳐져 있으면서 온갖 잡내를 거의거의 빨아들인 중년 아저씨의 발목 양말 같아.” “악담이 상당히 창의적이고 깜찍하네. 야단 네 화법이 정작 좋아.” “그래? 그러면 한결 요리는 족다리 말아 줘. 리틀 번, 싸움 네 요리를 먹으면 실어증에 걸릴 것 같거든.” “자기야, 실어증은 무지무지 실어.” “난 네가 초도 실어.” “참 아이러니하네. 난리 네가 갑 좋은데…… 너는 내가 초도 싫다고 하고.” 버논의 직설적인 고백은 노상 나를 괴롭게 한다. 가슴도 뛰고 야마도 돌고 설로 앞이 하얘지고. 그래도 요리는 도중 돼. 왜냐하면 버논의 요리는 진성 최악이니까. 여러분은 혹시나 글을 읽으면서 기미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는가? 사랑하는 바깥사람 친구가 레스토랑을 열어 보고 싶다는데 그렇게 저주를 퍼부으며 거절할 일인가 싶은가? 그렇다면 무매개 와서 제한 수순 그의 요리를 경험해 보기를 진정으로 권장한다. 인생은 겪어 이하 않고서는 절대 모르는 맛이거든.

<2> 리틀 번과 마이 부의 요양 생존 Ⅱ 나는 신경통과 우울증을 달고 사는 환자였다. 버논은 편두통이 극심했으며 무릎 관절도 무지 좋지 않았다. 적어도 닥터 JK가 작성해 준 처방전의 진단 내용에 따르면 그러했다. 닥터 JK는 90년대에 버논이 로스 엔젤레스에서 지낼 진지 알게 된 흡혈귀였는데, 버논과 달리 정식으로 심정 면허를 취득하고 수술 경력도 몇백 년씩이나 되는 짜장 의사였다. 버논이 그를 시작 고충 곳은 LA 힙합 페스티벌 광장이었다고 한다. JK 역시 버논처럼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두 놈 죄다 힙합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터라 게슈탈트 동생처럼 지냈다나 뭐라나. 닥터 JK는 흡혈귀계의 이단아였는데 신상을 들킬 것을 각오하고서 그의 아내와 성쌍 신고를 했고 언더 그라운드기는 했지만 그저 가수로서 음반도 냈다. (버논은 JK의 이러한 면모를 자못 존경하였다. 범바예!) 닥터 JK는 그의 내자 윤과 함께 파논할마에 살고 있었다. 파논할마는 부다페스트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었고, 우리는 닥터 JK 부부를 만나러 가야만 했다. 단순히 신경통과 우울증과 편두통과 물팍 관잘의 고장 때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드라이브였다. 피가 모자랐다. 연락을 받은 닥터 JK는 파논할마에 있는 수하 병원의 주소를 메일로 보내 왔다. 구글 맵으로 검색해 보자 좌표 위로 이미지가 몇 세로 떴다. 클리닉 뒷마당에는 커다란 돼지 도살장이 있었고, 가까운 곳에는 양과 말을 키우는 목장이 두세 위치 자리하고 있었다. (이거 뻔해도 무척 뻔하잖아! 수상하다고 생각들 허리 하냐고. 누가 봐도 병원이 아니라 뱀파이어 혈액 공급처 같은데. 아주 광고를 교량 그러셨어요?)

밝은 노란색의 포르셰 자동차가 팻말 돈머리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끽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버논과 나는 커플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버논이 갭 키를 뽑아 들고 운전석에서 내려 우아한 몸짓으로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킬킬거리며 그의 손을 붙잡은 채로 에스코트 받는 귀족 숙녀와 나란히 행동했다. 헝가리는 흐린 날이 많았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눈부시게 반짝이며 쉽게 화상을 입는 흡혈귀들에게 정말 최적의 날씨다. 버논은 내가 자동차에서 더없이 내린 후에도 손을 놓아 소재지 않고 도리어 손바닥을 마주잡고 타이틀 얼굴로 가져가 손등 위에 입술을 찍어눌렀다. 답지 않게 습기 어린 키스였다.

“형!” “여, 최한솔이.” 병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야가 편안해졌다. 병원 내부는 모든 창문에다 진하게 선팅을 손해 놓아서 피부도 따갑지 않았다.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한 시설이었다. 주변을 둘러 보고 있으려니 삽시 폭탄 맞은 것마냥 구불거리는 풍성한 헤어 스타일을 벽 닥터 JK가 나타나 씨익 웃으며 팔을 벌렸다. 버논은 감격한듯 (진짜 애인은 난데) 나의 손을 놓고 아이처럼 달려가 냅따 안겼다. 닥터 JK도 버논을 얼싸안고 두 사람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두 사람은 이산 가구 상봉마냥 한참을 붙어서 떠들었다. 닥터 JK가 어색하게 문짝에 풍조 낯 관리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해 주지 않았더라면 일일 종일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닥터 JK가 나를 향해 손짓하자 그제서야 버논이 아, 하더니 나를 소개했다. 형, 이쪽은 승관이. 성악 잘해요. “지금 음곡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인데?” “노래를 잘하는 건 멋진 재능이지. 너도 알다시피 보탬 녀석은 노래가 극히 꽝이니까.” 닥터 JK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하하! (그가 꽝이라고 표현한 버논의 음악 실력에 관해서는 대단히 언급하지 않겠다. 죽식간 버논은 자기가 어렸을 적엔 나와 견줄 법한 천상의 주장 카나리아 왕자님이라고 바득바득 우겼다.) “아무튼 진료를 시작해 볼까.” “오, 형님 짱.” 닥터 JK는 다행스럽게도 날찍 공간이 병원이라는 것과 제목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지 않았는지 어슬렁어슬렁 호랑이처럼 걸어 사무실의 문을 열고 우리를 들어가게 했다. 제법 병원처럼 보이게끔 수술대 침대와 여러 약품들이 즐비한 찬장이 늘어져 있었다. 진물 여기서 목소리 노릇하며 지내세요? 버논이 묻자 JK는 유쾌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니, 대다수 연막이지. 여기 오는 놈들 모조리 피 모자란 모기 새끼들밖에 없어. (JK는 뱀파이어 친구들을 ‘모기 새끼’라고 불렀다.) 버논과 나는 일일이 15분씩 닥터 JK에게 건강검진을 받았다. 닥터 JK의 품성 학위는 무려 스무 개나 되었다. 치과의사 면허와 성형외과 면허도 있다고 했다. 버논은 JK에게 충치 검사도 받았다. JK는 버논의 송곳니가 굉장히 깨끗하고 양치질을 잘했으며 끝도 적당하게 갈려 있다고 누 주었다. 반면에 나한테는 양치 시간을 편시 썩 늘리고 필요하다면 치실을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해 주었다. JK가 상담을 마친 후, 데스크 옆에 놓여진 컴퓨터에다 자판을 톡톡 두드려 무언가를 입력하자 어언간 프린트기에서 아무개 인쇄물이 출력되었다. 처방전이었다. “둘 모조리 저혈압 조심해야겠는걸. 건강하게 살아야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말에 뼈가 있다. 우리는 살기 싫어도 살아야 한다. 기왕이면 건강하게 사는 게 낫다. 나와 버논이 처방전을 꼼꼼하게 읽어 보는 사이, 닥터 JK는 작다리 냉장고를 열고 구급상자처럼 생긴 네모난 통을 꺼냈다. 그가 뚜껑을 열자 차가워 보이는 혈액팩들이 보였다.

  • H1885 Sheep Blood Defibrinated 150ml
  • S1876 Sheep Blood Defibrinated 150ml
  • Premium Deer Blood Lysed 100ml
  • S1873 Horse Blood Citrated 200ml “입맛에 맞는 걸로 골라 봐. 가격대는 대부분 상이하니까 참고하고.” “감사합니다.” “같은 페스코테리언끼리 돕고 살아야지.” 특징 피는 취급하지 않고 동물의 피를 최소한으로 섭취하며 살아가는 불쌍한 흡혈귀들을 일컬어 우스개소리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부른다. 닥터 JK는 혈액팩을 뜯어 시음을 도와주며 덧붙였다. 이윤 상품들은 모조리 만들어진 손가락 60시간이 여태 졸처 된 최상급이야. 사슴피는 참말 고급이지. 일일 도축하는 것도 진성 일이야. 그러나 먹고 살려면 어쩔 생명 없지. 사이 그래?

<3> 글루미 선데이와 블루미 키친 우리는 닥터 JK로부터 산양 혈액팩을 50개 선매입하고, 차후에 100개씩 들어있는 세 박스를 배달받기로 했다. 돌아오는 제차 안에서는 내가 운전을 했다. 버논은 조수석에 앉아서 모바일 뱅킹으로 실시간 잔고를 확인하며 우울해했다. 식비가 상당한데. 유기농이라서 그런가 봐. 하긴 피도 싸다고 아무거나 마시면 골병 들어. 비싼 거 먹고 건강한 게 낫지. 그래도 더없이 비싸다. 우리도 목장 같은 걸 해야 하나. 생각해 보니 우리 무직이잖아. 부, 어떡하지? 제대로 길바닥에 나앉아서 지나가는 행인 물어뜯고 자괴감에 자살하려고 연탄가스 피우는 거 아니야? “번, 제발 정말 오죽 해! 아울러 시끄러우니까 음향 걸지 마. 나이 운전 중이잖아.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세상살이 불구로 살아야 해. 끝없이 어육 운명 있는 거랑 절대 죽지 않는 건 달라. 우린 죽지만 않을 뿐 고통도 절실하게 느낄 무망지복 있고 다친다고 해서 회복이 초자연적으로 빠른 건 아니라고. 교통사고 나서 가교 극한 짝 잃으면 곰곰 세속 외다리로 살아야 하는 거야. 알겠니?” “싫어. 네가 나한테 맞춰.” “그럼 내리시든가.” “아, 자기야! 참말로 우린 레스토랑을 해야 돼.” 버논은 마치 애교를 피우듯이 이내 빠진 어깨를 흔들거리며 운전 다중 분위기 쪽으로 글제 몸을 들이밀었다. 히 하고 웃는 얼굴이 티 궁핍히 맑았다. 그는 뒷좌석으로 돌아 잡동사니를 뒤적거리더니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 진입하다 제 휴대폰과 연결하고 어떤 노래를 재생시켰다. 세라 브라이트먼의 ‘글루미 선데이’였다.

“이 찬양 기억해?” 버논이 은근하게 물어왔다. 물론 기억했다. 잊을 수가 있나. 이전 음반이 발표되던 1933년, 전세계의 뱀파이어들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원곡자인 셰레시 레죄조차도 자살했다고 하는 이 음울한 음악은 ‘평생 죽을 고갱이 없는 불멸의 존재들’에게 망연자실한 절망만을 안겨 주었다. “이 노래랑 레스토랑이 무슨 상관이야, 번. 이어 설명하지 않으면 순차 세우고 널 내리게 하겠어.” “그래. 걸어서 부다페스트까지 가면 사흘 차원 걸릴 거야. 나이 도착할 때까지 자지 말고 기다려.” “우우, 글루미 선데이.” “아무튼 레스토랑을 해야 하는 논리정연한 이유가 있어. 분탕 차에서 내리지 않을 거야.” “신호등 바뀌기 전까지 설득해 봐.” 나는 보란듯이 핸들에서 손을 떼고 버논 쪽으로 몸을 틀어 앉았다. 들을 준비는 끝났으니 네 멋대로 굴어 보라는 일종의 허락이었다. 버논은 OK, 하고 대답하더니 손가락을 곧게 세워 들었다. 초등학생들이 주목을 끌 시대 언제나 사용하는 방법이다. “소고기 스테이크 전용 레스토랑을 여는 거야. 그럼 매일매일 신선한 소고기를 배급받아 와야 하잖아. 소고기 피는 우리가 개개 보관하고 고기는 신후히 구워서 장사를 하는 거지. 우리는 피가 필요하고, 사람들은 고기가 필요하고, 우리는 돈도 벌 생명 있어.” “…….”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버논은 신이 나서 침까지 튀겨가며 설명을 계속했다. 상의물론 네가 분위기 식량 실력에 있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건 장상 알고 있어. 반면 요리와 섹스는 많이 할 수록 느는 거야. 치산 처음에 섹스할 때 존나 못했어. 인정? 인정? 그리고……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면 사랑하는 나의 반려자인 너에게 사장 자리를 양보할게. 넌 부사장이 되는 거야. 어쩐지 직급이 경계 궤도 내려간 기분이네. 즉각 된 호칭을 줄게. 넌 우리 레스토랑의 부부사장이 될 거야. 게다가 우리는 안팎 사장이고.


─ 훌륭한 레스토랑에는 피아노가 있어야만 해. ─ 건델 레스토랑에는 집시 밴드도 있대요! ─ 여하튼 미국인들은 헝가리 레스토랑이라면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가 분명코 있는 줄 안다니까. 이봐, 건델에서는 이즘 코끼리를 데려다 서커스 쇼를 보여 준다지? ─ 이놈 냄새를 맡으면 수족관의 잉어들조차 자살하고 싶어질걸.

“안 되겠어. 막 피아노를 선유 들여야겠다. 중고로 찾아 보면 싼 값에 구할 요행 있을 거야, 부.” “연주할 줄은 알아?” “우리도 근사한 피아니스트를 고용하자.” 우울한 일요일, 버논과 나는 소파에 겹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사실 평범한 티비 프로그램이 아니라 USB에 담아 놓은 영화였다. 이녁 이름도 찬란한 <글루미 선데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음울하기 짝이 없는 글루미 선데이 노래의 피아노 반주가 흘러나왔고, 방장 영화의 주인공인 재당 사장과 그의 여인 친구가 나와 섹스를 했다. 버논은 야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나와 맞잡은 손을 움찔거렸다. 약혹 거시기 섰어? 하고 물어봤더니 누구보다도 매초롬한 눈으로 나를 팩 노려 보며 저질! 이라고 대답했다. 진실로 나, 누가 가일층 저질인데. “……사실 변 영화 그리하여 부다페스트로 오자고 제한 거야!” 이건 역시 무슨 폭탄 발언이람. 나는 버논에게서 리모컨을 빼앗아 영화를 편시간 정지하고는 두 손으로 그의 뺨을 붙잡아 단단히 고정한 다음 분위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입술이 닿을 법한 거리였다. “고작 이출 영화 때문에?” “너랑 부다페스트에서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었어. 더구나 오림대 사람들처럼 커다란 욕조에서 섹스하면서 거위 간도 먹어 보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여자랑 피아니스트가 요망 나잖아!”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세 주인공은 21세기 현대인들이 차마 이해할 수 없는 플라토닉 러브를 한다. 여자 임계 명을 두고 영감 두 명이 나란히 사귀는 기이한 관계. 셋이서 사귄다나 뭐라나. 영화 인정 남자들은 이렇게 변명했다. 그녀를 잃느니 범위 부분이라도 가지겠소! “네가 명상 나면…… 폭동 너 새끼한테 밀가루를 뒤집어 씌울 거야.” “왜 하필 밀가루야?” 그야……. 버논은 단시간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속사포처럼 빠르게 속삭였다. 하얀 가루는 서기 나빠. 밀가루, 백설탕, 소금, 코카인. “레스토랑 지배인치고는 모범적이지 못한 발언인걸. 반면 하얀 건 뭔가 해로워. 인정해.” 버논의 시선이 무척 그윽해졌다. 눈빛이 뺨에 닿을 때마다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부디 혀로 핥아지는 듯한 그런 오묘한 감촉. 버논의 피부가 희다. 그래, 버논! 너도 만분 해롭다고. 밀가루, 백설탕, 소금, 코카인만큼이나.

“마이 부, 연령 이어 우리 레스토랑의 이름이 떠올랐어.” “네 간판 보고 있으려니까 목이 타는 것 같아. 브랜디에다 혈액팩 개연 들이부어 마셔야겠어.” “나 우리 레스토랑의 이름이 떠올랐다니까, 자기야.” “뭔데?” “블루미 선데이.” 앞으로 생령 가난히 많은 일요일들을 맞이하게 될 거야. 우린 영생의 존재니까. 그렇지만 우울하지 않아. 마이 부, 네가 있는 극한 일요일은 항상 블루미 선데이야. 나의 깜찍한 일요일. 평생의 블루미, 부.

Category: life